궁시렁 궁시렁

대박송이 유감

양재혁(옹기장수) 2010. 10. 20. 18:28

10월10일

늦은 아침을 먹고 산에 좀 다녀온다던 이 양반,,

한 시간도 채 못되어 돌아온 손에는 송이가 두 보따리나 들려 있었다...

 

으악~~! 대박이다~~~

올해 산속 버섯이 근래에는 보기드문 대풍이라 떠들썩하더니 이제야 우리도 송이구경을 하게 되는구나,,,,

저울에 올려보니 약 7kg.....

 

우선 애들한테 송이를 보여 주면서 영상통화를 해 댔다...

"얘네들아 ~ 요거 봐라 ~ 이거 몬줄 아니?

 이게 바로 그 전설의 송이버섯이라는 거여~~"

 

강원도 엄마한테도 자랑해야지,, 뻥을 쬐끔 가미해서 전화질을 해댔다...

" 엄마~~ 보라아빠가~  송이버섯을 한짐 따 왔어~!"

" 엉? 증말이여? 그 귀한것을? "

 

너무도 신이나서 방바닥에 쭈우~~욱 늘어놓고 셀카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인터넷에 올려 볼까?

카페마다 들어가서 검색해 보았다,,

어라? 3키로에 45만원?

히야~

댓글들을 살펴보니 금방 나갈것 같다,,,

우리송이도 상태가 너무 좋으니 3키로에 45만원씩 올리자,,,

그래서 3키로씩 두박스 만들어서 모카페에 올렸다...

 

요거 팔아서 요즘 유행하는 벽돌도 간다는 스텐레스 믹서기도 사고,,

구질구질한 옛날 냄비들 몰아내고 알록달록 예쁜 세라믹 냄비셋트로 바꾸고,, 히~

오두막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핸디형 청소기도 장만해야지....

또 있다,, 대나무로 된 떡시루도 사야지,, 소량으로 떡도 해먹게~

생각만으로도 신난다~~~

 

대기방에 올려 놓고 판매방으로 어서 빨리 옮겨지길 바랬다...

밤이 되도록 그냥 대기방에 있는걸 보니 애가 타기 시작했다...

생물이라서 어서 빨리 임자가 나타나야  하는데,,,

나의 이런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도 저녁때까지 판매방으로 옮겨지질 않았다...

기다림에 지쳐서 이양반을 졸라서 카페지기님께 전화를 걸었다,,,

송이가격은 타당하게 올렸는지 여러가지 함께 상의를 하면서,,,,

 

10월11일

다음날이 돼서야 우리 송이판매글이 판매방으로 옮겨졌다...

댓글이 한개 달렸다,,

비싸단다,, 그 댓글에 답글이 또 달렸다,, 비싸다는 의견에 동감한다는 ㅜㅜ

도대체 이 양반들은 살 의향이나 있는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여기저기 다 알아보고 지기님과도 상의를 한 사안인데,,

그까짓 몇만원 싸게 줄수도 있지만 다른(송이파는)분과 보조도 맞추어야 하는게 아닌가?

재수없게 첫 댓글부터 초를 쳐서 영 마음이 안 편했다,, ㅜㅜ

 

어떤 분 또 답글이 달렸다...

엇그제 키로에 17만원주고 샀는데 품질이 마음에 영 안들었다는

그래서 우리가 제시한 가격은 타당한 가격이라면서,,,

휴~~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지금도 10월13일 오전에 판매종료한 우리 송이판매글에 댓글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점점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점심때 쯤 물건을 원하는 분이 연락해 왔다...

얏호~!

부려부랴 뒷산에 올라가서 잘생긴 솔잎을 따다가 정성을 다해서 포장을 했다...

나도 택배를 받아 봐서 알지만 물건포장 상태가 완벽해야 두고두고 선입견이 남는다...

포장상태가 마음에 안들면 그사람한테서는 영영 물건 구입이 하기 싫으니깐...

너무 고가면서 소중한 물건이라서(45만원짜리) 일부러 택배 회사까지 모셔다 주었다...

또 한상자 더 팔아야 하는데 소식이 없다...

카페를 여니 엥? 판매종료가 돼 있었다...

아직 3키로 한상자 더 남았는데 종료라니? 부랴부랴 머리글을 판매중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사겠다는 연락이 없다...

 

10월12일

그나저나 어제 송이 받으신분한테서 잘 받았다는 연락을 받아야 하는데 소식이 없다...

운송장 조회를 해보니,,

 "상세주문자료 없습니다 택배사로 물품이 인계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또 먼 시츄레이션?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택배회사로 전화를 했다,,

기사양반 왈,,

물건을 접수할 때  깜박하고 컴터에 입력이 안됐을수도 있다고?

알아 보고나서 연락해 준다고 기다리라고?

 

30분을 못참고 또 다시 전화를 했다...

30분이 아니라 3시간 아니 3일? 3년? 같은걸 어떻해~~~

그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의 전화번호라면서 연락해 보란다,,

허이구~~ 그럼 빨리 전해 주던가해야지,,꼭 전화를 받고야 이야길 하나?

하이튼 욕 나오네,,,

우리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한테 전화를 했다...

"ㅇㅇㅇ 씨 물건 어떻게 됐어요?"

"물건 배송했습니다,,"

휴~~

일단은 안심이 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것도 믿을수가 없었다...

본인한테 직접 전달을 했나 물어볼껄 잘못했네 ㅜㅜ

괜히 바쁜데 자꾸 전화할까봐 그냥 지나가는 말로 답해 줄수도 있지 않나?

더구나 배송내력도 확인할수가 없는데?

하이튼 요놈에 꽈배기 심성 누가 말리랴~~

그럼 이제는 본인한테서 대답을 들어야 시원하겠다...물건을 잘 받았는지,,,

엥? 전화 안 받는다,, 가슴이 두근거려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ㅜㅜ

 

먼일 있으면 전화 오겠지~~~

맞아,,

배송날짜도 알려 드렸으니 물건이 안오면 무슨 소식이 있겠지~~

나혼자 오만가지 상상을 다해가면서,,,,

혹시 컴에다가 댓글로 잘 받았다는 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컴에 들어가보니

엥? 모야~ 또 판매종료네 ㅜㅜ

3키로 마져 팔아야 하는데,,,,

누가 이러는거야 대채?

고의성을 가지고 방해를 누가 하는걸까?

참나,,,

생물이라서 오래 둘수도 없고,,,

이번에는 옹기님도 이상한지 지기님한테 전화를 건다...

옹기님이 판매글을 오해한 자기님이 다 팔았는줄 알고 실쑤를 하셨단다,,참나,,,휴~~

지기님이 죄송하다면서 얼른 정정해 주셨다...

속상해 하면서 그렇게 또 잠 못드는 밤을 보내야만했다...

 

10월13일,,

아침 산행을 다녀 온 옹기님이 내가 기다리던 글이 있다고 빨리 들어와 보랜다,,,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다가 신발벗겨 지는줄도 모르고 방으로 튀어 들어갔다...

 

꿈결 10.10.13. 10:05

너무나 좋은 송이를 보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덤으로 넉넉히 보네 주심에 또한번 감사 드리구요..꼭 부자된 느낌이였답니다..행복하셔요..

 

얏호~!!!

바로 내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 답글....

이젠 두다리 쭈욱~~ 뻣고 자야지.......

그리고 송이판매글을 내렸다....

아직 3키로의 송이는 못 팔았지만 모,, 그래도 이젠 살것 같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으면서

술을 담글까? 장아찌를 담글까? 이웃에 한송이씩 맛보라고 돌릴까?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함양에 있다는 송이공판장 구경도 할겸 송이를 싸가지고 출발했다...

 

우리는 송이를 애지중지 다루었는데 행여라도 갓이 눌릴까봐 두개이상은 겹쳐 놓지 않았는데,,,

공판장에 가니 이건 뭐~ 커다란 거친 플라스틱 콘테이너에 그냥 획~획 산더미처럼 부어 놓고,,,,ㅜㅜ

 

전날 경매가격이 11만원 나왔단다,,

20만원까지 했었는데 많이 떨어졌단다...

모,, 할수없지머,, 공판장을 나오면서 입구에서 팔고 있는 송이 가격을 물어 봤다..

그냥 보기에도 별로인것 같은 송이가 키로에 20만원이랜다...

내가 파는것은 쓰레기값,,내가 사는것은 금값,,, 참 문제 있네...

 

그나저나 우리송이는 얼마쯤 나올까?

송이가격이 급락을 하고 있다니 한 2십만? 그전날 경매가격으로치니 그정도인데,,

괜히 가지고 갔나? 그냥 집에서 술 담그고, 장아찌 담그고, 전이나 부쳐 먹을껄~~

또 그렇게 안 편한 마음으로 그날을 보냈다...

 

 

10월14일

앗싸~! 송이가격이 들어 왔다...

기대치 이상이다^^

약 34 만원....

품질은 좋았으니깐 한 20만원쯤 받으면 잘 받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재수가 좋았나보다^^

 

이것으로서 대박송이의 환호속에 피말리는 4박5일은 막을 내렸다...

아니 악몽 45일 45년? 같았다...

내 주제에는 대박도 적성에 안맞는가 보다...

행여 몇억짜리 로또나 맞았다간 제명에 못 죽을것이 분명하다,, ㅜㅜ 

 

이번에 이런 저런일을 겪으면서 느낀것은 역시 직거래만이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한테도 훨씬 이익이라는것을 ,,,

일단 소비자는 가격을 떠나서 신선한 물건을 대하게 된다는것...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물건이 아닌,,,그야말로 믿을수 있는 물건이니깐...

 

그나저나  송이대박 두번만 맞았다간 말라 죽을수도 있겠다는 사실도 뼈져리게 알게 되었다...

 

다시는 대박 안 바라겠습니다,,

그냥 내가 여지껏 살아 온 것처럼 조금은 모자라지만 그래서 조금은 사는데 불편하지만

내가 노력한만큼만 기대하며 소박하게 살다가 가겠습니다...

그것이 무엇보다 나의 신상에 이로울것 같습니다...

 

 

꿈결님~~ 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생색내는것 같지만 좋은 송이버섯 잘 사신겁니다^^

덤도 아주 넉넉히 드렸구요,,

더 드릴려고 했는데 박스가 차서 더 이상은 안들어 가더라구요^^